뉴질랜드 남섬 기행
오클랜드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한 시간 반 동안 남쪽으로 날아 저녁 일곱 시 삼십 분(2007. 9. 15) 남섬 중동부 해안에 있는 크라이스처치(CHRIST CHURCH) 공항에 도착했다. 남섬 가이드 공흥석 씨가 대기하고 있다가 일행을 맞이한다. 투숙 호텔은 북섬에서와 마찬가지로 헤리티지 재단에서 운영하는 헤리티지 크라이스처치 호텔이다.
크라이스처치 시는 인구 36만이 거주하는 도시로 우리나라 교민들도 4,000명 정도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해발 500m의 캔터버리 평원에 조성된 도시로 연간 강수량은 600mm 정도이다.
Garden의 도시로 불리울 정도로 정원들이 잘 가꾸어져 있다. 일찍 호텔식을 끝낸 일행은 아침 여덟 시 투어에 들어갔다. 오늘의 목적지는 남 중부에 있는 여왕의 도시 퀸스타운(QUEENS TOWN)이다. 버스 승차 10여 분만에 보태닉 가든(BO TANIC Garden)을 둘러봤다.
보태닉 가든은 크라이스처치 시의 중심부에 있는 해글리파크(HAGLEY PARK) 내에 있는 가든이다. 해글리파크는 그 규모가 180 헥타르(54만평)로서 36만명의 시민들을 위한 공원이라고는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어머어마한 규모이다. 그 안에 골프장, 축구장 등 모든 체육시설은 물론 울창한 원시림을 조성해서 시민 편익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 송파구청과 자매결연을 하였다고 한다.
9월 16일 아침 08시 버스승차 4시간이 거의 다되어 데카포 호수(Lake Tekapo)에 도착했다. 데카포 호수는 크라이스트 춰치 시에서 오늘의 목적지 퀸스 타운 중간 정도에 위치한 호수이다. 호수의 길이가 20km에 이르는 이 호수는 서든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린 물로 검푸른 물의 색깔을 연상했던 우리들을 혼란하게 만들었다. 완전 애매랄드 빛이다. 물의 색깔이 이렇게 특이한 것은 산꼭대기의
만년설이 싸이고 싸여서 그게 압력을 받고 밀리면서 돌
산 위에 눈 얼음 덩어리가 지구의 “판”이 이동을
하듯이 빙하도
조금씩 움직인다. 눈이 더
쌓이면 더 산을 누르고 움직이면서 비비게 되고, 그러면서 빙하와 돌산 사이의 마찰이 미세한 돌
가루를 만들어낸다 한다.
그게 빙하가 녹아 흐를 때 호수로 함께 흘러 내려가 호수의 흐름과 물의 이동으로 침전되지 않고 계속 물속에서 퍼진단다.
호수에 돌 가루 색이 섞여서 해맑은 에메랄드 색을 띄게 된단다. 호수가에는 이 지역의 초기 개척자를 기리기 위해 1900년 초 설립된 선한 양치기교회(Church of the Good Shepherd)가 있는데 호수와 어우러져 한적한 목촌(牧村)의 풍경을 더해주고 있다. 양몰이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의 몫이다. 몰이 방법도 양들 앞에 가서 박박 짖어대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눈빛으로 제압하는 놈들도 있다. 이 개들의 고마움 표시로 개의 동상을 세워노았는데 작품성을 느끼기에 앞서 이 사람들이 이들 짐승들에게 조차 고마움의 표시로 동상까지 건립해 기리고 있는가 생각하니 훈훈하고 인간미 넘치는 이들의 품성을 보는듯 하다.
한 폭의 그림같다는 말외에 다른 형용할 용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문득 김황원(金黃元 1045∼1117)의 고사가 생각난다.
김황원은 고려시대의 문신으로 일찍이 문과에 급제하여 예부시랑(禮部侍郎)·한림학사(翰林學士) 등을 지냈다. 학문에 힘써 고시(古詩)로 이름을 떨쳐 해동 제일이라는 일컬음을 받았다고 하며, 청직하여 권세에 아부하지 않았다.
평양 부벽루에 올랐다가 그곳에 걸린 평양의 산천을 읊은 시구들이 한결같이 신통치 못하다고 여겨 모두 태워버리고, 스스로 지어 걸기로 하여 해가 질 무렵에야 겨우 한 구절 “긴 성벽 한편으로는 넘쳐넘쳐 흐르는 물이요, 넓은 들 동쪽에는 한점한점 산이로다(長城一面溶溶水 大野東頭點點山)”를 얻고는 끝내 그 짝을 채우지 못하여 붓대를 꺾고 통곡하며 내려왔다는 일화가 전한다.
데카포 호수에서 남서 방향으로 30여 분을 더 달리니 푸카키 호수(Lake Pukaki)에 도착했다. 호수의 크기는 데카포 호수보다 훨씬 크다. 역시 물의 빛깔이 황홀한 에메랄드 빛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 호수의 빛깔을 밀키불루라고 일컷는다고 한다. 이름조차 예쁘기 기지없네. 데카포 호수에서 환상적인 풍경에 매료되었던 터라 비슷한 풍경인 이 호수에서의 감동은 솔직히 전번 호수에 미치지 못한다. 이곳의 백미는 파란 호수와 멀리 보이는 서든 알푸스 산맥과 최고봉 마운틴 쿡(해발 3,754m)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라는데 자기의 전모를 아무때나 보여주길 꺼려하는 이 산이 역시 오늘 우리에게도 구름속에 모습을 숨기고 나타나 주질 않는 것이다. 가이드의 말로는 일 년에 불과 며칠밖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하는데 도리 없는 일 아닌가 돌아오는 길에 기대를 거는 도리밖에.......
이 푸카키 호숫가 가든 식당(Korean Reataurant)에서 중식 후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퀸스타운에 도착했다. 크라이스 춰치에서 295km 거리이다. 퀸스타운은 와카티프 호수가에 형성된 아담한 도시로 고정인구 1만명 유동인구 1만명인 스포츠, 레저 휴양도시다. 와카티프 호수는 길이가 84km, 수심은 깊은 곳이 390m라고 한다. 이곳에서 모타보트를 타고 한바퀴 돌며 주변 경관을 둘러보는 재미와 짓굳은 모타보트 운전사의 휘돌아 치는 묘기에 홈빡 물보라를 뒤집어 쓴 일 등은 오래오래 나의 뇌리에 맴돌 것 같다.
이어서 헬리콥터 관광코스다. 헬리콥터 한 대당 6인씩 동승을 하게 되어있는데 우리 조(組)는 김대연, 조경철 과장 부부가 한조다. 촌놈이 헬리콥터는 날아다니는 것을 구경만 했지 실제 직접 타보기는 처음이다. 비용도 만만찮아서 10만 원을 넘는다고 하니 새삼 시 정부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낀다. 지상에서 바라다보는 만년설과 넓고 푸른 호수를 공중에서 내려다 보니 그 또한 색다른 맛이 있다. 헬리콥터는 Wakatipu 호수 중심부를 계곡을 따라 비행을 하다 이내 두둥실 차고 올라 퀸스타운 남쪽 건너편 1,538m 산봉우리에 내려 앉았다. 높은 곳에서 조망을 하니 퀸스타운 일대를 한 눈에 바다다 볼 수 있다. 정상부는 평평해서 먼저 날아온 팀, 나중에 날아온 팀 등 헬리콥터가 너덧 대 왕왕거리는 가운데 다시금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광경을 카메라에 담느라고 정신들이 없다. 나도 열심히 캠코더의 버튼을 눌렀다. 남는 것은 사진이나 비디오물밖에 없지 않은가? 생각날 때 보고 또 봐야지. 해리티지 퀸스타운 호텔에 투숙 후.
[9월 17일] 갈 길이 먼 관계로 새벽 네시 반에 기상한 일행은 여섯 시가 조금 지나 버스에 올랐다. 이번 여행의 백미는 바로 오늘 둘러볼 코스이다. 오늘은 바로 피오르드식 해안 지구인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를 시찰하는 것이다. 밀포드사운드는 퀸스타운의 와카티프 호수 상류에서 불과 수십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험준한 산악지역으로 인해 빙 돌아서 가야 한다. 남쪽의 Mossbum으로 해서 서쪽으로 테아나우(TE ANAU)로 해서 다시 북으로 밀포드 사운드까지 장장 307km를 돌아서 가야 하는 것이다. 요즘 뉴질랜드 의회에서도 관광객들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기 위해 와카티프 호수 상류에서부터 밀포드사운드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 시켰다고 한다. 환경을 중시하는 이들이 고뇌에 찬 결단을 한 것이다.
가는 도중 거울 호수(Lake mirror)라 불리는 조그마한 호수가 있다. 이 호수는 물이 잔잔하기로 유명해서 앞 산의 설경이 고스란히 거꾸로 호수 속에 담겨져 있는 곳이다. 오리 한 마리가 꼼지락 거리니 호수 속의 설경이 약간 흔들거리네. 요놈의 오리야 꼼짝 말고 있거라.
테아나우에서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도중 캐즘(THE CHASM)이라는 지역의 지하 폭포도 장관이다. 폭포라는 것은 절벽을 이룬 암벽 위로부터 흐르는 물이 떨어져 내리는 것을 일컫는 것인데 이 지역의 폭포는 떨어져 내리는 물이 돌을 뚥고 땅 속으로 들어가니 신기한 일이 아닌가? 클레다우강이 깊게 갈라진 목이 좁은 틈을 22m 낙하해서 어퍼 폭포로 떨어지는 것이다.
11시에 밀포드사운드의 크루즈 승선 예약이 되어있는데 빠듯한 일정에 계획에도 없던 지하폭포를 더 들려가느라 우리 가이드 손톱 여물을 쓸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도로상에서 꼭 통과해야하는 호머 터널은 세계 경제공황 실업자 
구제책으로 추진된 시설이라고 하는데 삽과 곡괭이 돌을 쪼는 정과 망치 등 중기를 쓰지 않고 순수 인력으로 뚫었다고 하는데 1935년에 착공해서 18년간 공사 끝에 완공한 터널로 세명의 인부들이 공사 시 사고로 인해서 죽었다고 한다. 차선을 그어 놓지 않은 이 터널 바닥은
밀포드를 향해서 5.7도 경사져 있으며, 길이는 1219m, 왕복 2차선 도로다. 바닥은 암석은 암석 그대로를 활용하고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를 치지
않고 있다.
정확히 예약된 시각에 맞춰 크루즈에 승선했다. 오늘의 점심은 선상식이다. 일찌감치 식사를 끝낸 일행은 누가 나가라고 하지 않아도 모두 갑판으로 나가 빼어난 주변 경관을 감상했다.
밀포드 사운드는 피오르드(fjord)식 해안이다. 피오르드(fjord)는 U자형 협만(峽灣)을 가리킨다. 양쪽 곡벽(谷壁)은 급한 절벽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타고 가는 배는 호수가 아니라 바닷물로 된 협만을 가고 있는 것이다. 야생의 물개가 노닐고 펭귄들이 헤엄치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 얼마나들 환호를 했던가.
깎아지를 듯한 날카로운 산등성이의 만년설과 더불어 높디높은 곳으로부터 떨어지는 빙하녹은 폭포수들.
이태백이가 이런 폭포들을 구경했더라면 여산폭포라는 시(詩)의 내용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해진다.
생각난 김에 그 구절을 읊어 보면
日照香爐生紫煙(일조향로생자연)
향로봉에 햇빛 비치니 안개 어리고
遙看瀑布掛長川(요간폭포괘장천)
멀리 보매 폭포는 긴 강을 매단 듯
飛流直下三千尺(비류직하삼천척)
물줄기 내리 쏟아 길이 삼천 자
疑是銀河落九天(의시은하락구천)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지는가?
퀸스타운에서 이박(二泊)을 한 일행은 9월 18일 9시 크라이스춰치로 이동을 시작했다. 거기서 하루 밤을 보낸 뒤 호주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올 때 들려보지 못했던 와나카(WANAKA) 지방의 애로타운(arrow town)을 돌아보는 코스로 잡았다. 애로타운은 퀸스타운에서 북동쪽으로 71km 떨어진 곳에 있다. 1862년 사금이 발견되어 골드러시를 일으켰으나 수년 만에 금광의 고갈로 쇠퇴하였다. 현재는 당시의 대부분 인부들이 중국인들이었는데 그대로 정착해서 한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주변의 다른 집들보다 훨씬 작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들이 그들 생활상의 궁핍함을 쉬이 알수 있다.
삼각버튼을 누르면 폭포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카와라우 번지점프는 카와라우 강이나 카와라우 다리가 만들어 내는 절묘한 풍경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현재 예순 일곱 살인 둘째 누님께서 몇 년 전에 이곳에 관광을 오셔서 번지점프를 하고 왔다길래 나도 가면 뛰어 내리고 와야지 하고 다짐을 하고 왔는데 막상 담력도 부족할뿐더러 가격이 너무 비싸다. "이상만 태평2동장님 십이만원씩 한다니 본전 생각이나서 어디 뛰어내리겠는가? 그만 둡시다."
또한, 가이드 나리께서 체험할 사람 모집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일정이 빠듯한 모양이다. 설령 담력이 부족하여 번지점프에 도전하지 못하더라도 번지점프를 즐기는 용기 있는 사람들을 지켜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흥미롭다.
푸카키 호수(Lake Pukaki)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대가 헛되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참으로 운이 좋아서 1주일이면 4~5일은 궂는다는 날씨가 우리가 가는 곳마다 쨍하고 햇빛이 비추는 것이다. 9월 18일 돌아오는 길의 이 호수 풍경은 글자 그대로 장관이었다. 
멀리(호수에서 마운틴 쿡까지의 거리는 117km) 머리에 백설을 뒤집어 쓴 마운틴 쿡이 바라다 보이는 것이다.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가 대략 100km이니까 그보다 훨씬 먼 거리에 있는 산정이 마치 손을 뻗으면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이니 이 나라의 공기가 얼마나 맑은가 하는 것을 구태어 부연설명 할 필요가 없다.
이 제일 높은 봉우리를 마운틴 쿡이라고 이름 한 것은 18세기 후반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James Cook : 캡틴 쿡이라고도 한다)이 발견한 것을 기념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일 년 동안 이 산의 정상을 볼 수 있는 날이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는데 오늘처럼 활짝 개어 산의 전모를 드러내 보이니 얼마나 행운인가. 도로가 협소해서 버스 통행을 제한한 구역을 우리들에게 더 잘보이는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벌금 부담을 안은채 호숫가 도로를 달려준 공흥석 가이드와 버스 기사 Bill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
남섬에 도착해서 첫날을 묵은 해리티지 크라이스 춰치 호텔에서 다시 하루를 묵은 후 호주의 시드니를 향하여 뉴질랜드를 뜬다.
호주는 2002년 11월달에 5박 6일 일정으로 다녀온 적이 있고 그 때 둘러본 곳이 훨씬 다양하므로 여기에 기재한 것을 참고하고 내용 기재를 생략한다.
여행에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들
희망여행사 전태현 사장님
희망여행사 엄태철 이사님
북섬 가이드 이창호 부장님
남섬 가이드 공흥석 님 모두모두 감사합니다.